또한 요한이 절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엎드리다’라는 단어와 ‘절하다’라는 단어는, 헬라어에서 전혀 다른 별개의 단어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단어를 합쳐 엎드려 절(경배)하다’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하지만 ‘엎드리다’라는 단어 하나만 사용할 때에는, 단순히 넘어지거나 두려워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가리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식이 높든 낮든, 권력이 크든 작든 우리 모두는 피조물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간이 크고 담력이 세더라도 하나님의 영광 앞에 서면 피조물 본연의 본능으로 인해 엎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루돌프 오토는 이런 경험을 누미노제(numinose)라고 규정합니다. 누미노제란 인간이 초월적인 거룩한 존재 앞에 있을 때, 큰 충격을 받아 자신이 피조물임을 존재론적으로 통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밧모섬의 요한도 종교적으로는 이런 누미노제를 경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한이 단순히 종교적 충격을 받아 엎드러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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