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라이어마허는 헤겔이 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종교를 인식의 영역으로 환원했다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종교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직관(Anschauung)과 감정(Gefühl)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기독교를 합리적 종교나 자연종교의 범주에 넣지 않고 구속종교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기독교를 구속종교라고 말한 것으로 볼 때, 그의 신학이 성경 계시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슐라이어마허는 신학을 일반적 인간성의 기초 위에 세우려 합니다. 즉 인간 안에 있는 선천적인 종교적 소질(religiöse Anlage)에서 출발하여 종교의 필요성을 말하고, 더 나아가 기독교의 필요성을 말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종교가 신을 논하려면, 우리 밖에 권위로 주어져 있는 성경 계시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우리 안에 선천적으로 내재해 있는 종교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경 계시에 신학을 세우는 정통주의자들에게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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